"야근 싹 갈아엎었더니…" 10년 만에 기적 이룬 회사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4-03-13 07:05   수정 2024-03-13 08:59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①
에서 계속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를 실시해 0.6명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3배 끌어올렸다.

아침형 근무제란 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오전 5~8시 근무를 심야근무로 취급해 야근 수당(할증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야근과 같은 액수의 수당을 줄테니 야근을 하지 말고 새벽에 일하라는 취지다.


이토추상사의 내부 조사 결과 이토추 직원들은 허구헌 날 야근을 하지만 대부분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어차피 매일 야근을 하니 낮에 할 일을 밤으로 미뤄두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남아서 시간을 끄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야근을 없애는 대신 새벽근무에 할증수당을 제공했더니 직원들은 목적이 분명한 잔업만 하게 됐다. 머리가 맑은 아침에 하는 일이 효율성도 더 높았다.


아침형 근무제도 도입 3년 후인 2016년 자체 평가 결과 이토추상사의 월 평균 잔업시간은 15% 줄었다. 밤 8시 이후 퇴근자 비율은 30%에서 5%, 밤 10시 이후 퇴근자는 10%에서 거의 '제로(0)'로 감소했다. 반면 8시 이전에 출근하는 직원의 비율은 20%에서 45%로 늘었다.


아침식사를 이용하는 직원은 1일 평균 1100명인데,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도 회사의 월간 비용은 6% 줄었다. 잔업수당이 10%, 야근 택시비가 30% 줄어든 덕분이다. 전력 사용률은 6%, 온실가스 배출량은 7% 감소했다. 뜻하지 않게 아침형 근무제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이어진 셈이다.

고바야시 부사장은 아침형 근무제도가 일의 양을 줄이려는 제도가 아니라 효율성이 높은 시간대에 일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잔업을 하지 말라'거나 '잔업을 없애라'는 말을 회사 측에서 결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딱히 할 일도 없이 밤에 남아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마는 것도 아닌 상태로 있다가 다음날 아침까지 멍한 상태로 회사에 오지 말고, 일이 남았으면 다음날 일찍 와서 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13년 도입 첫해 아침형 근무제도를 선택한 직원은 20%에 그쳤다. 2023년은 54%로 늘었다. 입사 2년차인 오니시 리나 인사·총무부 사원(25세)은 결혼하지 않은 여직원 가운데서도 아침형 근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할증수당 덕분에 임금이 25% 정도 오르는데다 일찍 퇴근하고 남는 시간을 자격증 공부나 취미 활동에 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이토추상사의 전 직원들은 그날 그날 아침형 근무를 선택할 지, 일반적인 근무시간대로 움직일 지 정할 수 있다. 팀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제각각이면 팀을 어떻게 운영할까. 어떤 근무형태를 선택하든 집중 근무시간인 오전 9시~오후 3시에는 모든 팀원이 일한다. 팀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업무는 이 시간대에 처리한다.


야근을 완전히 금지한 것도 아니다. 유럽 지사들과의 협업 등 야간 근무가 필수적인 팀은 특별허가를 받아 야근을 한다. 24시간 돌아가는 종합상사의 업무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직원들이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근무 제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이토추상사 측은 설명했다.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③으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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